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치히로와 하쿠, 그리고 센. 평가 및 해석

by 늘작 2022. 11. 29.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

10살 소녀 치히로, 부모님과 함께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치히로의 부모님은 길을 잘못 들게 되고, 한 터널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터널을 통과하자 처음 보는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치히로의 엄마와 아빠는 주인이 없는 음식점에서 쌓인 음식을 마구잡이로 먹기 시작하고, 이 상황이 불편하고 무서웠던 치히로는 음식을 입에 데지 않는다. 잠시 후, 부모님은 돼지로 변해 있었고, 치히로는 졸지에 부모와 길을 잃은 고아가 된다. 마구 달리던 치히로는 한 거대한 온천장에 도착하고, 하쿠를 만난다. 마녀 유바바가 지배하고 있는 온천장은 신들을 위한 곳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하쿠의 말에 치히로는 유바바를 찾아가 일을 하겠다고 한다. 상대의 이름을 빼앗아 계약을 맺는 유바바, 치히로에게 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고 일을 맡긴다.

 

치히로와 하쿠의 우정

인간이라는 이유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미움을 받던 치히로, 우연히 오물신을 맡게 된다. 악취를 참아가며 오물신의 목욕을 돕던 치히로는 오물신의 몸에 박힌 자전거 핸들을 뽑는다. 그리고 오물신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한 강을 지배하고 있던 신이었다. 치히로는 감사의 표시로 알 수 없는 경단을 받는다. 영화에서 가오나시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사금을 뿌리며 직원들에게 환대를 받던 가오나시는 괴물로 변해 직원들을 잡아먹는다. 그러면서 치히로의 수발을 요청하는데, 치히로는 가오나시 앞에서도 기가 죽지 않고, 가오나시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놓기도 한다.

어느 날, 하쿠는 큰 상처를 입은 채로 치히로의 앞에 나타나게 된다. 유바바의 지시로 유바바의 언니 제니바의 도장을 훔치고, 도장에 걸린 주술 때문에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치히로는 강의 신에게 받았던 경단을 하쿠에게 먹여 위기를 넘긴 뒤, 제니바에게 도장을 되돌려 주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제니바에게 도장을 되돌려주고, 자신을 마중 나온 하쿠와 다시 온천장으로 돌아가던 길, 치히로는 하쿠의 원래 이름을 기억해내고, 하쿠가 강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치히로가 더 어릴 적, 강에 빠진 치히로를 하쿠가 구해줬던 것이다. 이후 치히로는 많은 돼지들 사이에서 엄마 아빠를 정확히 찾아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평가 및 해석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영화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공작이다. 일본 영화에서도 역대 흥행 수입 1위에다가 베를린 영화제 최고상,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 등 권위 있는 전 세계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기도 했다. 이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부모가 돼지가 되거나 치히로가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 계기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고, 갑자기 일상에서 비일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이러한 영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먼저 욕망에 대한 경계다. 치히로의 부모는 눈앞에 음식을 닥치는 대로 먹고, 온천장의 직원들은 가오나시가 뿌리는 사금에 눈이 돌아간다. 하지만 치히로는 음식을 먹지도 않고, 가오나시가 주는 사금도 거절한다. 또 물질 자본주의가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강의 신이었지만 사람들이 버린 오물로 뒤덮였다는 설정 등을 통해서 망가지고 있는 생태계 보존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한가지의 주제로만 단정 짓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른들이 봐도 무색할 만큼 깊은 주제들이 가득 담겨있다. 이는 미야자키 히야오의 세계관의 총집합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보기 어렵지도 않다. 깊은 주제를 단정하고 가볍게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해내고 있다. 2002년에 개봉해 벌써 20년이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봐도 세련된 영상미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다시 한 번 즐겨 봐도 좋겠다.

댓글